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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경험하는 것입니다



우리 딸아이가 초등학교 시절, 외국의 사립학교에서 잠시 다닌 적이 있습니다.

그때 딸아이는 예상치 못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수업 시간에 교실이 시끌벅적해지면,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의 행동을 지적하거나 지시하거나 명령하는 대신, 선생님의 소망을 담아 요청하는 표현으로 일관하셨다고 합니다.


"Please show respect by listening carefully."

(경청함으로써 존중을 보여 주세요.)




이런 표현이 잘 통할 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선생님께서는 지시나 명령, 비난이 아닌 요청과 소망의 표현을 끝까지 유지하셨다고 합니다.


딸아이는 그 경험을 통해, "조용히 해."라는 짧은 말보다,

  • "나에게 존중을 보여 달라."*는 선생님의 요청이 훨씬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교실에서는 흔히 이렇게 말하지요.


“조용히 해.”

“떠들지 마.”

“시끄러워.”

“뒤에 나가 서 있어.”



이런 표현들에 익숙했던 딸아이에게,

“나에게 존중을 보여 달라.”는 선생님의 말은 낯설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합니다.

그 말 속에는 아이들을 향한 신뢰와 존중이 담겨 있었고,

딸아이는 그 속에서 스스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시와 명령은 행동을 바꾸지만,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어."라는 소망은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속에는 단순한 요구를 넘어, "우리 함께 존중하며 가자."라는 조용한 초대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말은 관계를 잇는 다리이며, 마음을 건네는 손길입니다.

그리고 그 손길은 아이들에게 "나는 존중받을 만한 사람이다."라는 자존감을 심어 줍니다.


딸아이가 잠시 머물렀던 그 교실에서, 저는 참으로 큰 배움을 얻었습니다.

"조용히 해."*라는 지시보다,

"나에게 존중을 보여 달라."*는 요청이 얼마나 깊이 마음에 남을 수 있는지를요.




이 경험을 통해, 저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작업을 할 때 말의 방식을 바꾸어 실천하려고 합니다.


✔ "조용히 해." 대신 → "모두가 함께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줄래?"

✔ "떠들지 마." 대신 →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어요."

✔ "시끄러워." 대신 → "한 번에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어."


이렇게 요청과 소망의 표현을 사용하면,

아이들이 단순히 행동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작은 변화가 아이들의 태도와 관계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다만, 때때로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런 이야기는 당연한 것이 되어야 하는데, 요청하면서까지 이야기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존중은 말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분위기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도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는, 이런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스마트 세상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존중의 표현을 배울 장이 점점 더 필요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빠르고 간결한 디지털 환경 속에서 감정과 맥락이 생략되는 경험이 많아지다 보니,

진심 어린 존중을 표현하고, 존중받는 경험을 직접 체험하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존중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명령은 행동을 멈추게 하지만, 요청은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지시는 관계를 단절하지만, 소망은 관계를 이어 줍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마음을 주고받는 경험’ 속에서 자랍니다.


딸아이는 잠시 머물렀던 그 교실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교실에서 배운 그 말들을 오래도록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쉽지 않아서 우울해지는 순간들도 많지만, 그럼에도 지속하려고 합니다.

그 작은 노력들이 언젠가 더 따뜻한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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